서가에 남아 있던 이야기
라이너 마리아 릴케 명언 - 사랑과 외로움

사랑이란 두 고독이 서로를 지켜 주고, 서로를 어루만지고, 서로에게 인사하는 것이다.
출처 미확인 · 확인 상태 보기
기존 글에 적힌 인물명과 문장을 보존했습니다. 원전과 정확한 표현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출처 미확인은 작자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명언의 뜻을 이야기로 풀어낸 창작·재구성입니다. 실제 인물의 일화를 기록한 글은 아닙니다.
외로울 때 곁에 누가 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 가슴에 있었단다. 어느 산골 마을에 해 질 무렵이면 홀로 등불을 켜는 여인이 살고 있었어. 사람들은 그녀를 연화라고 불렀지. 연화는 낮에는 밭을 일구고 장에 나가 물건을 팔았지만, 저녁이 되면 작은 집 안이 너무 조용해서 빗소리까지 크게 들렸단다.
어느 겨울날, 눈길을 헤매던 사내 하나가 연화의 집 문을 두드렸어. 사내의 이름은 도윤이었지. 그는 먼 고을에서 장사를 하다 가진 것을 모두 잃고, 돌아갈 곳도 찾지 못한 사람이었단다. 연화는 말없이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따뜻한 보리차를 내주었어. 도윤은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하려 했지만, 입술만 달싹였지.
그날 밤 두 사람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어. 연화는 도윤에게 어디서 왔는지 캐묻지 않았고, 도윤도 연화에게 왜 혼자 사는지 묻지 않았단다. 다만 한 사람은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장작을 넣었고, 다른 한 사람은 젖은 신발을 말리며 조용히 곁을 지켰어. 그 작은 방 안에는 두 사람의 외로움이 나란히 앉아 있었지.
며칠 뒤 도윤은 떠나겠다고 했어. 연화는 붙잡지 않았단다. 사람의 마음이란 억지로 묶어 두면 더 멀리 달아나는 법이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 대신 낡은 털장갑 한 켤레를 내밀며 말했어.
“길이 추우면 이걸 끼고 가세요. 그리고 너무 힘든 날에는, 누군가 당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한 번쯤 떠올려요.”

도윤은 한참 장갑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어. 그 뒤로 봄이 오고 여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지. 연화는 다시 혼자 밭을 갈고 저녁이면 등불을 켰어. 그렇지만 예전처럼 쓸쓸하지만은 않았단다. 누군가와 함께 앉아 말없이 불을 바라보던 시간이 마음 한구석에 따뜻하게 남아 있었으니까.
다음 겨울, 눈이 소복이 쌓인 저녁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 문을 열자 도윤이 서 있었지. 그는 장사를 다시 시작해 작은 돈을 모았고, 이번에는 떠돌아다니지 않고 마을에 자리를 잡고 싶다고 했어. 연화는 그에게 왜 돌아왔느냐고 묻지 않았어. 도윤도 사랑한다는 말을 서둘러 꺼내지 않았지. 두 사람은 그저 함께 장작을 나르고, 밥을 짓고, 서로의 하루가 끝나는 소리를 들어 주었단다.
사랑은 외로운 사람을 구해 내어 빈틈 하나 없이 만드는 일이 아니야. 누구에게나 혼자 견뎌야 하는 밤이 있고, 아무리 가까운 사이에도 들어갈 수 없는 마음의 방이 있지. 좋은 인연은 그 문을 부수고 들어가지 않아. 문 앞에 조용히 앉아 기다리고, 상대가 마음을 열 때까지 따뜻한 불빛을 비춰 준단다.
지금 우리도 부모님 생각날 때 전화 한 통을 미루고, 자식이 힘들어 보여도 괜히 간섭할까 봐 말없이 지나칠 때가 있지. 오래된 친구나 곁에 있는 배우자에게도 “오늘은 괜찮았어?” 하고 묻는 일이 사랑의 시작일 수 있어. 서로의 외로움을 없애 주지는 못해도, 그 외로움 곁을 지켜 주는 사람은 될 수 있으니까. 사랑이란 두 고독이 서로를 지켜 주고, 서로를 어루만지고, 서로에게 인사하는 것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나면
사랑은 상대의 외로움을 억지로 없애려는 일이 아니라, 그 마음이 지나갈 때까지 곁을 내어 주는 일이란다. 나도 혼자이고 너도 혼자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두 사람의 마음은 오히려 더 따뜻하게 이어질 수 있어.
오늘, 작은 한 가지
오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부를 묻고, 조언보다 먼저 그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어 주세요.
내일도 한 장, 인간관계 7일 읽기
읽은 곳을 남기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세요.
이어서 읽으면 좋은 이야기
음악과 함께 읽고 싶다면
누르면 YouTube에 연결됩니다. 자동 재생하지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