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 남아 있던 이야기
김소월 명언 - 이별을 고이 보내는 마음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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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글에 적힌 인물명과 문장을 보존했습니다. 원전과 정확한 표현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출처 미확인은 작자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명언의 뜻을 이야기로 풀어낸 창작·재구성입니다. 실제 인물의 일화를 기록한 글은 아닙니다.
이별은 늘 큰 소리로 찾아오는 줄 알았는데, 어떤 이별은 찻잔 내려놓는 소리보다도 조용히 시작된단다.
아주 먼 옛날, 산 아래 작은 마을에 순이라는 처녀가 살고 있었어. 순이는 웃음이 많고 손이 부지런해서, 이웃집 사람들은 장을 보러 가다가도 순이네 마당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곤 했지. 그중에서도 맞은편 느티나무 아래 사는 돌쇠와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였단다. 봄이면 냇가에서 버들피리를 불었고, 겨울이면 서로의 장갑을 몰래 바꾸어 끼며 웃었어.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돌쇠의 마음이 조금씩 멀어졌어. 예전처럼 순이를 기다리지도 않았고, 마주치면 반갑게 웃던 얼굴도 굳어 있었지. 어느 날 순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단다.
“돌쇠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니?”
돌쇠는 한참 말이 없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어.
“이제는 네 얼굴을 보는 일도 마음이 무겁구나.”
그 말을 들은 순이의 가슴은 찬 우물 속에 빠진 돌처럼 툭 내려앉았어. 붙잡고 싶은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억지로 곁에 남는다고 떠난 마음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지. 순이는 돌쇠의 소매를 잡지 않았고, 왜 그러냐고 더 캐묻지도 않았어. 다만 눈가를 살짝 훔치며 말했단다.

“그래. 네 마음이 그렇다면 내가 더 서운하게 하지 않을게.”
그날 저녁, 순이는 돌쇠가 자주 지나던 길가에 피어 있는 진달래를 바라보았어. 꽃잎은 바람만 불어도 가만히 흔들렸지만, 억지로 가지에 매달리지는 않았지. 순이는 그 모습을 보며 알게 되었단다.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더는 반기지 않을 때, 마지막까지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매달리면 서로의 상처만 깊어진다는 것을 말이야.
며칠 뒤 순이는 진달래꽃을 한 아름 꺾었어. 돌쇠의 집 앞에 내려놓고 싶었지만, 끝내 문을 두드리지는 않았단다. 대신 산길에 조용히 흩뿌려 두었어. 혹시 돌쇠가 그 길을 지나게 되면 꽃을 밟을 수도 있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지. 그래도 순이는 더 이상 그 사람의 마음을 돌려놓으려 하지 않았어. 떠나는 사람에게는 떠날 길을 내어주고, 남은 사람은 남은 자리에서 자기 마음을 추슬러야 하니까.
그 뒤로 순이는 한동안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장을 보았어. 밤이면 베개가 젖도록 울기도 했지. 하지만 울음이 잦아들 때마다 마당의 감나무를 돌보고, 아픈 이웃에게 죽을 끓여다 주었어.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순이의 따뜻함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단다. 다만 그 따뜻함을 더 이상 자신을 아프게 하는 사람에게만 쏟지 않기로 한 거야.
순이가 마당을 돌보기 시작했다고 그리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하루의 모든 시간을 떠난 사람에게 내어주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혼자 먹을 밥을 짓고, 해가 지기 전에 창문을 닫는 일이 조금씩 자기 자리를 되찾아주었지요.
보내주는 마음과 서운한 마음은 한동안 함께 남을 수 있습니다. 당장 괜찮아지지 않아도, 내 하루에 필요한 일을 하나씩 다시 챙겨볼 수는 있어요. 김소월의 시에서 가져온 문장을 이 장면 곁에 놓아봅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이 문장을 읽고 나면
마음이 떠난 사람을 억지로 붙잡으면 내 상처도, 상대의 부담도 커질 수 있어요. 조용히 보내주는 일은 사랑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내 마음을 지키는 다정한 선택일 때가 있답니다.
오늘, 작은 한 가지
오늘 마음에서 놓아주고 싶은 사람에게 더 묻고 따지기보다, 연락을 잠시 멈추고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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