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 남아 있던 이야기
황진이 명언 - 그리운 이를 기다릴 때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출처 미확인 · 확인 상태 보기
기존 글에 적힌 인물명과 문장을 보존했습니다. 원전과 정확한 표현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출처 미확인은 작자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명언의 뜻을 이야기로 풀어낸 창작·재구성입니다. 실제 인물의 일화를 기록한 글은 아닙니다.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은 겨울밤처럼 길고 고요하단다. 해가 일찍 넘어가고 찬 바람이 문틈으로 스며들면, 사람 마음은 괜히 먼 길을 바라보게 되지. 혹시 오늘은 오려나, 혹시 저 발자국 소리가 그 사람인가 싶어서 말이야.
아주 오래전 어느 겨울, 산 아래 작은 마을에 옥분이라는 여인이 살고 있었단다. 옥분의 남편은 장사를 하러 먼 고을로 떠났는데, 눈이 깊어지고 길이 얼어붙으면서 돌아오는 날이 자꾸 늦어졌어. 처음에는 사흘이면 오겠지 했고, 다음에는 보름이면 오겠지 했지. 하지만 동짓달 긴 밤은 하루하루 늘어만 갔단다.
옥분은 저녁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남편이 좋아하던 대추차를 조금씩 끓였어. 마을 아낙들이 물었지.
“아직 소식이 없니?”
옥분은 애써 웃으며 대답했단다.
“날이 풀리면 오겠지요. 오실 날을 위해 따뜻한 밤 하나쯤은 남겨 두어야지요.”
그 말을 들은 늙은 시어머니가 빙그레 웃었어. 그리고 며느리에게 낡은 이불을 내밀며 말했단다.
“기다림도 살림이란다. 마음을 아무 데나 흩어 놓지 말고, 오실 사람에게 고이 간직하거라.”

그날 밤 옥분은 이불을 펴다가 한참 손을 멈추었어. 겨울밤은 너무 길고, 보고 싶은 마음은 그보다 더 길었지. 그래서 옥분은 생각했단다. 이 긴 밤을 통째로 견디기만 하지 말고, 조금 잘라 두었다가 그 사람이 돌아오는 따뜻한 밤에 꺼내 쓰자고.
그 뒤로 옥분은 밤마다 창호지에 비치는 달빛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시간을 접었어. 남편의 목소리를 떠올리고, 함께 걷던 돌담길을 생각하고, 돌아오면 제일 먼저 건넬 따뜻한 차를 준비했지. 기다림이 슬픔으로만 남지 않도록, 그리운 사람에게 줄 마음으로 차곡차곡 바꾸어 간 거야.
마침내 봄바람이 불 무렵, 멀리서 낯익은 기침 소리가 들려왔단다. 옥분은 문밖으로 뛰어나가려다 잠시 멈추었어. 너무 오래 기다린 사람은 기쁨마저 천천히 믿고 싶어지거든. 문이 열리고 남편이 서 있자, 옥분은 말 대신 이불을 펴 주었어. 얼어 있던 발을 녹이고, 긴 여행의 피로를 누일 자리를 마련해 준 거지.
그때 옥분은 알았단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시간을 세는 일이 아니라, 만나는 날까지 마음을 잘 보살피는 일이라는 것을. 황진이의 시조도 바로 그런 마음에서 피어난 듯해. 차가운 겨울밤을 원망하기보다, 그 밤의 한가운데서 사랑하는 이가 돌아올 따뜻한 순간을 미리 마련해 두는 마음 말이야.
지금 우리도 부모님 생각날 때, 멀어진 자식이 걱정될 때, 오래된 친구가 그리울 때가 있지. 사람에게 상처받아 관계가 지쳤어도, 한때 소중했던 인연을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저려 오고. 그럴 때는 서둘러 잊으려 하지 말고, 오늘의 시간을 조금 덜어 따뜻한 말 한마디로 간직해 보렴. 언젠가 다시 만날 사람에게도,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에게도, 우리의 마음은 그렇게 고이 건너갈 테니.
황진이는 긴 겨울밤을 사랑하는 이에게 건넬 시간으로 바꾸어 노래했단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이 문장을 읽고 나면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마음을 다 써 버리지 말고, 그리운 사람에게 건넬 따뜻함으로 잘 간직해 보세요. 사랑은 만나는 순간뿐 아니라, 만나기 전의 시간까지 다정하게 돌보는 일이기도 하답니다.
오늘, 작은 한 가지
오늘 그리운 사람 한 명에게 안부를 묻는 짧은 문자나 전화 한 통을 건네 보세요.
내일도 한 장, 인간관계 7일 읽기
읽은 곳을 남기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세요.
이어서 읽으면 좋은 이야기
음악과 함께 읽고 싶다면
누르면 YouTube에 연결됩니다. 자동 재생하지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