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 남아 있던 이야기

파블로 네루다 명언 - 이유 없는 사랑

약 3분
파블로 네루다 명언 - 이유 없는 사랑
나는 당신을 어떻게, 언제, 어디서부터 사랑하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사랑합니다.
파블로 네루다
출처 미확인 · 확인 상태 보기

기존 글에 적힌 인물명과 문장을 보존했습니다. 원전과 정확한 표현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출처 미확인은 작자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명언의 뜻을 이야기로 풀어낸 창작·재구성입니다. 실제 인물의 일화를 기록한 글은 아닙니다.

사랑의 이유를 찾느라 마음이 복잡해지는 날이면, 할머니는 장롱 깊숙한 곳에서 낡은 손수건 하나를 꺼내 보여주곤 했단다.

그 손수건은 아주 오래전, 강가 마을에 살던 순이 할머니의 것이었어. 젊은 시절 순이는 새벽마다 강으로 물을 길으러 갔지. 어느 날 물동이를 들고 돌아오는데, 다리를 고치러 온 떠돌이 목수 하나가 나무 기둥을 붙잡고 서 있었단다. 목수는 말수가 적었고, 순이도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거는 성격은 아니었어. 그런데 그날 목수의 손등에 깊은 상처가 난 걸 본 순이는 집에 있던 깨끗한 천을 꺼내 조용히 건넸지.

“이걸로 묶어요. 피가 멎을 때까지는요.”

목수는 고개를 숙여 고맙다고 했고, 며칠 뒤 마을을 떠났어. 순이는 그 일이 마음에 남았지만,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단다. 그저 다친 사람을 도운 것뿐이라고 여겼지.

그런데 계절이 한 번 바뀌고, 목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어. 이번에는 순이네 집 대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고 찾아왔단다. 아무도 불러 세우지 않았는데도 말이야. 그는 대문 경첩을 고치고는 품삯을 받지 않겠다고 했어. 순이가 미안해하자 목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지.

“지난번에 받은 손수건 값을 갚으러 왔습니다.”

순이는 웃었어. 손수건 하나가 무슨 값이냐고 했지만, 목수는 그 말을 듣고도 대문을 몇 번 더 열고 닫아 보았지. 그 뒤로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졌어. 함께 장을 보고, 비 오는 날 처마 밑에서 빗소리를 듣고, 말없이 같은 길을 걸었단다. 누구도 ‘왜 저 사람을 좋아하느냐’고 묻지 않았고, 두 사람도 대답을 찾으려 하지 않았어.

마을 사람들은 수군거렸지. 가진 것도 별로 없는 떠돌이 목수와 왜 결혼하느냐,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이야. 순이는 그럴 때마다 창밖을 바라보았어. 목수가 새벽마다 장작을 패는 모습, 아픈 날 물을 데워 주던 손, 시장에서 돌아오면 말없이 신발부터 벗겨 주던 다정함이 보였지. 사랑은 거창한 이유를 들고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었어. 어느 날 문득 곁에 앉아 있고, 어느새 그 사람의 기침 소리와 발걸음까지 마음에 익어 버리는 것이었단다.

파블로 네루다 명언 - 이유 없는 사랑 관련 이미지

세월이 흘러 목수의 허리는 굽고 순이의 눈도 많이 어두워졌어. 어느 저녁, 순이가 물었지.

“당신은 나를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목수는 한참 생각하다가 웃었어.

“글쎄요. 당신이 손수건을 건넨 날인지, 대문을 고쳐 주던 날인지 모르겠소. 알고 보니 오래전부터였던 모양이오.”

순이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의 손을 꼭 잡았어. 사랑이란 때와 까닭을 또렷하게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을 오래 지켜 주는 일인지도 모르지.

지금 우리도 그렇단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적어 본 적은 없어도, 문득 부모님 생각날 때 마음이 저려 오지 않니. 자식이 서운하게 굴어도 밥은 먹었는지 걱정되고, 오랜 친구가 연락 없이 지내도 힘든 날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인연과 관계가 늘 완벽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낸 시간과 말없이 건넨 마음이 어느새 우리 안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야. 이별했을 때에도 사랑의 이유를 다 찾아내야만 하는 것은 아니란다. 그저 한때 진심으로 곁을 내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어.

그러니 오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유를 캐묻기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 보렴. 마음이 힘들 때 곁에 있어 준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해도 좋고, 멀리 있는 사람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 보아도 좋아. 사랑은 시작된 순간을 알아채지 못해도, 오래 지나고 나서야 얼마나 깊었는지 알게 되는 마음이니까. 그리고 먼 남쪽 나라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도 그 마음을 이렇게 남겼단다.

나는 당신을 어떻게, 언제, 어디서부터 사랑하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사랑합니다.

이 문장을 읽고 나면

사랑은 늘 분명한 이유와 함께 오는 것이 아니에요. 곁을 지키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쌓이면, 어느새 설명보다 깊은 사랑이 되어 있답니다.

오늘, 작은 한 가지

오늘 사랑하는 사람 한 명에게 이유를 묻지 말고, “당신이 있어 고마워요”라고 먼저 전해 보세요.

내일도 한 장, 인간관계 7일 읽기

읽은 곳을 남기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세요.

이어서 읽으면 좋은 이야기

음악과 함께 읽고 싶다면

누르면 YouTube에 연결됩니다. 자동 재생하지 않아요.

이 이야기의 주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