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 남아 있던 이야기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그대 늙거든〉) 명언 - 그리움

그대 늙어 머리 희어지고 잠이 많아지거든, 난롯가에서 천천히 이 책을 읽어요. 한때 그대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던 이들을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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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글에 적힌 인물명과 문장을 보존했습니다. 원전과 정확한 표현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출처 미확인은 작자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명언의 뜻을 이야기로 풀어낸 창작·재구성입니다. 실제 인물의 일화를 기록한 글은 아닙니다.
그리운 사람이 있을 때면, 사람은 오래전 목소리 하나에도 마음이 다시 젊어지곤 한단다. 아주 먼 옛날, 바람이 차갑게 불던 어느 저녁이었어. 작은 마을의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창문 너머로 난롯불이 붉게 흔들리고 있었지.
그 집 한쪽 방에는 머리가 눈처럼 희어진 여인이 앉아 있었단다. 젊은 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녀의 고운 얼굴을 칭찬했지만, 이제는 거울 속 눈가에 잔주름이 먼저 보였어. 무릎 위에는 오래된 책 한 권이 놓여 있었고, 손가락은 책장을 넘기다 말고 한참 머물렀지.
그때 문밖에서 손주가 물었어.
“할머니, 그 책은 그렇게 재미있어요?”
여인은 난롯불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웃었단다.
“재미있어서 읽는 게 아니란다.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나거든.”
손주는 고개를 갸웃했어. 할머니는 책 속에 젊은 시절의 얼굴이 들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책장을 아주 천천히 넘겼지. 책에는 한 사람의 아름다움만 적힌 것이 아니었어.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마음을 빼앗겼던 사람들, 말없이 곁을 지켜보았던 사람들, 이제는 곁에 없지만 한때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들의 시간이 함께 담겨 있었단다.
젊을 때는 사랑받는 일이 당연한 줄 알기 쉬워. 누군가 내 웃음을 기다리고, 내 걸음에 맞춰 걷고, 내가 예쁘다고 말해주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하지. 하지만 세월이 지나 머리가 희어지고 잠이 많아진 어느 날, 사람은 비로소 알게 된단다. 젊음이 아름다웠던 까닭은 얼굴과 몸매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야. 나를 바라보던 사람의 따뜻한 눈빛이 있었기에, 그 시절이 더 눈부셨다는 것을 말이지.
그 여인은 책을 덮지 않았어. 난롯불이 잦아들 때까지 한 줄 한 줄 천천히 읽었단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떠올렸지. 한때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어떤 이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고, 어떤 이는 다른 길로 떠났으며, 어떤 이는 바로 곁에 있었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을 거야. 그래도 그 기억만큼은 책 속에서 조용히 살아 있었단다.

손주가 다시 물었어.
“할머니는 그 사람들이 보고 싶어요?”
여인은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지.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 하지만 더 고마운 마음이란다. 그 사람들이 나의 젊은 날을 사랑해주었으니까.”
사랑은 늘 곁에 머무는 모습으로만 남지 않아. 때로는 오래된 책 한 권이 되고, 난롯가에 번지는 온기가 되고, 문득 떠오르는 이름 하나가 되기도 한단다. 그래서 우리는 지나간 인연을 함부로 지워버릴 필요가 없어. 다시 붙잡으라는 뜻은 아니야. 다만 한때 진심이었던 마음까지 없었던 일로 만들지는 말라는 것이지.
지금 우리도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과 자식, 오랜 친구와 지난 사랑을 자주 돌아보게 되지 않니. 인간관계에 지쳤을 때도, 이별했을 때도, 내 곁에 남은 사람만 세기보다 한때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준 사람을 떠올리면 마음이 조금 누그러질 때가 있어.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젊고 빛나던 한 사람으로 남을 거야.
그러니 오늘은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보렴. 그 사진 속 사람에게서 무엇을 받았는지, 그때의 내가 누구에게 사랑받았는지 가만히 생각해보렴. 세월은 얼굴의 빛을 조금씩 거두어가도, 진심으로 사랑받았던 기억까지 가져가지는 못한단다.
“그대 늙어 머리 희어지고 잠이 많아지거든, 난롯가에서 천천히 이 책을 읽어요. 한때 그대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던 이들을 생각해요.”
이 문장을 읽고 나면
지나간 사랑과 인연은 다시 붙잡지 않아도, 한때의 진심까지 지울 필요는 없어요. 나를 사랑해준 사람들을 기억하는 마음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조용한 위로가 되어준답니다.
오늘, 작은 한 가지
오늘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 보고, 한때 나를 진심으로 아껴준 사람에게 짧은 안부를 전해보세요.
내일도 한 장, 인간관계 7일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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